수학 잘하는 안양외고의 비법
경시대회 수상실적 두드러져 수준맞춰 다양한 방과후교육 미국대학의 미적분도 척척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5명 수상, 한국수학경시대회(KMC) 66명 수상, 전국수학학력경시대회 53명 수상…. 과학고 이야기가 아니다. 안양외고 학생들이 작년 수학대회에서 거둔 수상경력이다.

안양외고가 [수학 잘하는 외고]로 뜨고 있다. 재작년부터 KMC와 전국수학학력경시대회에서는 2회 연속 최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경시대회 반이 따로 있는 것도, 특별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안양외고 학생들의 [수학 잘하는 비결]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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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안양외고 학생들이 정광수 수학교사에게서‘창의적 퍼즐’강의를 듣고 있다. 강의시간 내내 정 교사와 학생 사이에선 문답이 끊어지지 않았다./김우성 기자

◆창의적인 <방과 후 수업>

"이 두 개의 답안지 중 어느 게 더 나아 보이나요?"

지난 16일 오후 안양외국어고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정광수 수학교사가 묻자 <ㄷ>자형으로 연결된 책상 앞에 앉은 학생 15명이 일제히 "오른쪽 거요"라고 대답했다. 정 교사는 "왜죠?"라고 물으며 학생들의 답을 다시 유도했다. 한 시간 내내 진행된 이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계속해서 문답을 이어갔다.

이날 수업은 안양외고의 방과 후 수업 중 하나인 <창의적 퍼즐>이다. "성냥개비 12개로 이뤄진 직각삼각형에서 성냥개비 4개를 움직여 넓이가 같은 삼각형을 두 개 만들라"와 같은 문제를 두고 한 시간 내내 학생들은 토론하며 서로의 답안을 비교한다. 이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좋다. 정 교사는 "한번은 다음 분기에 이 수업을 개설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난치자 학생들의 반발이 엄청났다"고 말했다. 조민주(16·고1)양 역시 "원래 신청하려던 과목이 마감돼 이걸 신청했는데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며 "단순히 수학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글을 구성하는 능력도 배울 수 있어 많이 도움된다"고 말했다.

이 수업뿐 아니다. <수학으로 말하기·쓰기>, <수리논술> 모두 인기강좌다. 수학과 관련된 방과 후 수업은 잘하는 학생도, 못하는 학생도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세분화돼 있다. 학생들은 수능 모의고사 성적에 따라 수학클리닉반·진도반·선행반·심화문제풀이반 등 수준별 수업을 듣는다.

방과 후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들도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방과 후 수업이 철저히 학생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1학년, 2학년을 대상으로 한 <흥미 및 관심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주제의 수업을 기획·개설할 뿐 아니라 수강신청 인원이 18명을 넘지 않으면 그 강의는 자동으로 폐강된다. 이 같은 철저한 <수요자 중심>의 방과 후 수업은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학습지원부가 있어 가능했다. 교사 7명으로 구성된 학습지원부는 방과 후 수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뿐 아니라 매달 <상상저널>이란 학습잡지를 펴내 학생들의 자율학습을 돕고 있다. 신찬욱 학습지원부장은 "상상저널에 실린 문제들은 선생님들이 따로 해설 동영상을 만들어 올린다"며 "구독률이 무척 높다"고 말했다.

◆"수학 없인 논리력 키울 수 없어"

안양외고 수학교사들은 1년 일정이 출제와 채점을 주기로 돌아간다. 중간고사·기말고사 이외에도 연4회 수학서술형평가를 치르기 때문이다. 안양외고의 수학교사는 총 8명. 학생정원이 1200여명임을 감안하면 교사 1명당 100명이 넘는 학생의 답안지를 채점해야 한다. 더욱이 서술형평가는 채점하는 데 최소 5분이 걸린다. 함광식 교사는 "쉬는 시간 등 교사들이 개인시간을 내 며칠에 걸려 채점한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거의 매달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안양외고가 수학 서술형을 고집하는 이유는 "수학 능력 없인 논리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이충실 교장의 교육철학 때문이다. 이 교장은 "수학을 잘해야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다"며 "특히 외고 학생들은 세계로 나갈 인재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학생들이 수학경시대회에 나가는 것도 학교에선 적극적으로 뒷받침한다. 함 교사는 "매년 외국에 있는 명문학교를 찾아가 창의적인 수학교재와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본다"며 "지난 몇 년간 미국의 대학과목 선이수제(AP·Advanced Placement) 미적분학 과목을 가르쳐 80% 이상이 A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우성 기자 raharu@chosun.com